나무처럼




“죽지 마, 제발-”
이렇게 외치는데도 그는 말이 없다.
건물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그는, 지금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가까이서 그를 들여다보면 눈의 초점이 사라져 까맣기만 할 것 같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아래에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다. 멀고 먼, 너무나 높은 곳에 그는 서있지만 그가 너무 자세히 보인다. 그래서 괴롭다.
“죽지 마!”
이렇게 소리 지르는데도 그는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을 뿐이다. 그는 나무처럼 서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나부낀다.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휘적휘적 나부끼는 그가 입은 옷은, 꼭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천쪼가리 같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무슨 생각으로 저기 서있는 거야. 걱정은 되지만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 한걸음에 뛰어올라가 그를 와락 안아주고 싶지만, 내가 눈을 땐 사이에 그가 떨어질까 봐 눈도 깜빡하지 못하겠다.
그를 살리는 것이 먼저일까. 그가 가는 마지막 길을 한 치도 빠짐없이 보는 것이 먼저일까. 이런 생각이 흘러가도 실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보이긴 보이는 걸까. 내가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내려와야 할 것이 아닌가.
그는 진짜 나무처럼 보인다. 바람이 세게 불면 그는 부러질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것일까. 그의 눈이 공허하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진다. 저 눈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보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면 떠있는 눈 속은 감겨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느끼고는 있는 걸까. 혹은 자신의 아픔 속에 너무 빠져들어 외부의 것들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가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그 속에서 부는 바람 때문인 걸까. 그렇다면 지금 부는 바람이 잠잠해지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인데.
“죽지 말라고!!!”


툭-
팡!

 

 


‘응? 왜 내 몸이- 힘이 빠지는 거지?’
옴짝달싹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아아-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그가 보이지 않는다. 뛰어가 안을 필요도 없었다. 그 안의 나, 내 안의 그. 그는, 그러니까 나는 내 몸에서 빠알간 액체가 흘러나오고 나서야 눈물을 흘렸다.
바람이 차다.




 

by 해경 | 2008/05/14 20:41 | H's tal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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