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08일
[일다] “우리 선생님은 깡패 같아요”
“우리 선생님은 깡패 같아요”
‘사랑의 매’도 자아존중감 떨어뜨린다
2008-01-08 01:06:16
지난 여름 끝 무렵,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에게 “여름 방학이 끝나 학교에 다시 돌아가 좋으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방학이 끝나니 선생님이 쉬면서 더 힘을 쌓았는지, 수학문제 한 문제 틀릴 때마다 맞는 매가 더 아파졌어요. 우리 선생님은 깡패 같아요.”
조카는 가장 무서운 건 “담임 선생님”과 “학교 가는 길에 용돈을 뺏곤 하는 동네 형들”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자신을) 때리기 때문”이라는 거다. 간단하지만, 아이 나름대로 체벌과 괴롭힘에 공통적인 ‘폭력’이라는 속성을 꿰뚫은 답이었다.
세계적으로 학교체벌, 가정체벌 금지 추세
많은 나라에서 학교체벌과 가정체벌이 금지되었거나 금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해 말엔 스페인에서 가정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학교에서의 체벌을 금하는 법제에 이은 조치다.
아이슬란드, 북유럽,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체벌금지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터키, 잠비아, 인도, 타이완, 중국, 일본, 필리핀은 학교체벌을 법률로 금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1783년부터 학교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2005년에 캐나다로 아이를 조기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가 아이에게 체벌을 가해 현지 법정에서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것이 언론에 회자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체벌을 폭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매’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 사안을 ‘문화 차이’로 부각시켰다.
한국에서 과잉체벌 문제가 불거졌던 2006년 여름,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체벌금지 법제화를 추진하며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학교체벌에 관련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아이에 대한 체벌은 ‘불가피한 것’이고, 적절히 사용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게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듯하다. 마음은 아프지만, 학교와 가정에서 ‘사랑의 매’를 듦으로써 지각, 수업태도 불량 등을 고치고 더불어 학습능력과 인성교육도 함양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학교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체벌에 교육적인 효과나 교훈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교육적 효과’ 운운하는 주장이 버젓이 통용되는 현실을 놓고,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측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체벌은 위협이자 통제, 교육적 효과 없어
체벌에 별 다른 구체적 교육체험을 찾을 수 없거니와, 결국 체벌이 ‘~를 하면(안 하면) 맞는다’라는 식의 폭력적 위협에 대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학생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권 행사 방식의 일부’인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체벌이 궁극적으로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체벌을 실시하는 교사도 체벌을 행하며 자존감을 잃기도 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중등입시학원에서 국어교사로 일했다는 이강희씨(28세)는 학원측의 강요로 체벌을 실시하며 굴욕적으로 느꼈다고 언급했다.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체벌을 혐오했고 상처받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내가 매를 드는 입장이 되어 있는 걸 보면서 모순이라 느꼈죠. 떠든다는 이유로, 혹은 문제를 틀렸다는 이유로, 혹은 실수했다는 이유로 때리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반 년 만에 그만뒀어요.”
현행 교육법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체벌금지.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교육상 왜 체벌이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비교육적인지 진지하게 따져야 할 시점이다.
# by | 2008/01/08 06:44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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